[맥주종류] 벨기에 술인데 이름이 친숙하네, 세종(Saison)

벨기에 농사꾼들이 마시던 술

'농주(農酒): 농사 시 농사꾼들이 마시는 술'로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막걸리가 농주로서 고된 일과 반복 작업에 지친 농부에게 휴식과 약간의 술기운은 육체적 고통을 잊게 해 주었죠.  농장에서 막걸리는 수많은 대학생들에게 농활의 로망이 되기도 하고요.


유럽의 작은 국가 벨기에에도 한국의 막걸리와 동일한 역할을 하는 맥주가 있는데, 이는 세종(Saison)이라 불리는 에일맥주예요.  프랑스어로 Saison 은 Season과 같아요.  별명은 농가 맥주, 여름 맥주라 불리기도 하죠.

 

프랑스어를 이용하는 지역인 벨기에 남부 왈롱(Wallon)의 에노(Hainaut) 지역에서 주로 세종(Saison)을 생산하는데, 농번기 때 소비하기 위함으로 맥주를 만들었어요.  


농사일이 끝난 가을과 겨울에 맥주를 양조해, 바쁠 여름까지 저장해 놓어요.  본래는 3.5%의 도수가 약한 에일맥주로 지나친 취기가 농사일에 방해되지 않기 위함이었지만,  산업시대로 접어들며 세종(Saison)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사라질 뻔 하기도 한 세종(Saison) 맥주이지만 몇몇 양조장의 제품이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자, 근래에는 5 ~ 8 % 의 제품들로 많이 나오고 있어요.

 

세종(Saison) 에일은 벨기에 왈롱 지역 이외에도 북부인 플랜더스 지역, 벨기에와 인접한 프랑스 지역,  크래프트 브루어리(Craft Brewery)들이 산재한 미국에서 양조되는 스타일의 맥주이고, 미국에선 팜하우스(Farm House) 에일이라 부르기도 해요.  


세종은 에일맥주이지만 더운 여름에 적합하게 가볍고 산뜻한다면서 청량한 느낌도 살아있고,  색상은 동색을 띄면서 과일 같은 상큼한 맛 & 향을 띄는 게 특징에요.  


겨울에 만들어 여름까지 보관해야 하기에 방부효과가 있는 홉(Hop)이 많이 이용되었지만, 홉의 씁쓸함이 맛에서 부각되었다고는 보기 힘든  한국사람들에게도 짐스럽지 않을 스타일의 맥주이죠.

세종(Saison)에서 제일 이름난 브랜드로는 벨기에 '뒤퐁' 양조장의 세종 뒤퐁(Saison Dupont)에요.  각별히 뒤퐁의 세송은 미국의 양조가들이 모범으로 삼은 것이죠.  


지금 벨기에에서도 세종을 양조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고 만든다 해도 주력 맥주는 아닌 사실에 반해,  '뒤퐁' 양조장은 세종 맥주를 기반으로 성장하였으며, 전체적 성향이 농가적 느낌이 풍기는 맥주들이 많아요.

이제는 '여름 맥주' 에만 한정되지 않고 비수기인 겨울에도 흥행하는 세송으로도 변화했는데,  10% 까지도 넘나드는 알코올 도수와 진하고 부드러운 풍미, 그러나 약초 같기도 과일 같기도 한 향긋함과 상큼함은 강화되어, 겨울용 윈터 워머(Winter warmer) 역할도 수행하는 세송도 있을 수 있다!.


역시 뒤퐁에서 나오는 'Avec Les Bons Voeux'가 이에 해당하는데, 제가 많이 난감함을 느끼는 질문인 '어떠한 맥주가 제일 좋았어? or 그리워?'에 수많은 맥주들이 머릿속에 떠오르겠지만, 최근에는 '봉 부(Bon Voeux)' 라 대답할 것 같네요.   


벨기에를 여행하실 때 꼭 한 번 마셔보시기를 권하고 싶으며, 브뤼셀의 델리리움 트레멘스 펍, 안트베르펜 쿨미네이터 등에서는 생(生) 맥주로 접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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