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의 역사 1탄 : 맥주의 시작

지난 글에는 에일과 라거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2021.05.03 - [Beer theory] - 맥주의 큰 분류

2021.05.10 - [Beer theory] - 맥주의 큰 분류 : 두 번째 이야기 (라거와 에일)

 

잠깐 퀴즈를 내볼게요.

문제) 라거가 먼저 만들어졌을까요? 에일이 먼저 만들어졌을까요?

정답은! 에일입니다. 우리는 라거가 익숙해서, 맥주라고 하면 라거 같은 밝은 색의 음료를 상상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실 에일이 맥주의 원형에 가깝고 라거는 이후에 생긴 변형이라고 보면 됩니다.

맥주는 BC 4200년경 메소포타미아에서 수메르인들이 시카루(sikaru)라고 해서 곤죽처럼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에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맥주는 보리로 만드는 거니까 농경문화가 시작되고 보리를 재배하면서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보리를 발효시켜 여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침전물이 없는 위쪽의 맑은 부분만 갈대를 이어 만든 빨대를 꼽아서 빨아 마셨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동동주와 비슷한 방식입니다. 이 당시에는 빨대를 함께 꼽아 마시면서 노닥거리는 게 사교의 수단이었다고 하네요.

이집트 시대

그 뒤에 맥주는 이집트로 건너갔습니다. 이집트 사람들은 맥주를 정말 사랑했다고 합니다. 마시고 토하고 마시고 토하고 숙취에 길거리에 뻗어도 흠이 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리스 시대

포도 재배 상한 경계선(와인밸트)

문명의 대세가 그리스로 넘어가면서 맥주는 와인에 밀려 이인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스는 포도가 많이 나서 와인을 담가마셨고, 와인을 숭배하는 문화였어요.

 

그리고 술을 마시고 취하는 것을 미개한 이집트인이나 하는 짓으로 여겨서 와인에 물까지 타서 연하게 마셨다고 합니다. 와인을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은 굉장히 천박한 일로 여겼다고 하네요. 그러다 보니 맥주 자체도 천박한 음료로 여겼다고 하네요.

 

    보리로 만든 메트나 마시는 족속이라니...
    그리스의 비극 작가 아이스킬로스(BC 525년 - BC 455년)

로마시대

그리스 문화를 이어받은 로마도 마찬가지로 와인 문화를 꽃피웠죠. 로마인들도 그리스인들처럼 맥주는 게르마니아(게르만)의 미개인들이 마시는 음료라고 깎아내리기 일쑤였죠. 이렇게 내내 홀대받던 맥주가 급부상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요. 맥주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여기서 한 분 나옵니다.

카롤루스(샤를마뉴) 대제는 맥주를 좋아했다

이 분이 바로 그분인데요. 신성로마제국의 초대 황제, 카롤루스(샤를마뉴) 대제입니다. 카롤루스 대제는 원래 프랑크 왕국(지금의 프랑스 지방)의 왕이었다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된 사람이에요. 맥주를 좋아했고, 절실한 기독교 신자였다고 합니다. 그 당시는 전쟁을 많이 했는데요. 전쟁으로 얻은 땅에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해 수도원을 세웠다고 합니다.

 

수도원은 세우고 수도만 했느냐? 아니죠. 수도원을 통해 기독교를 전파하는 것뿐만 아니라 영주와 수도원장을 자신의 심복으로 내려 보내 그 지역을 관리하게 했다고 합니다. 앞마당의 커멘드 센터 같은 중계 기지였지요. 그리고 수도원 내에 학교를 세워 인재도 발굴하고, 양조장도 세워 맥주를 만들게도 합니다. 그 당시의 수도원은 정치, 종교, 학문을 모두 집대성한 곳이 되었지요.

 

맥주는 그 지역의 물과 보리에 따라, 그리고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 지기 때문에, 수도원마다 맥주는 고유한 맛과 풍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카롤루스 대제는 순시를 핑계로 수도원을 방문하여 맥주가 맛있으면 큰 상을 내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도원들은 경쟁하듯 맥주의 품질을 높이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답니다.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베네룩스 3국(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현재의 나라들의 시초가 이 카롤루스 대제이고, 그가 세운 수도원을 발판으로 도시가 생겨나 오늘에 이르게 됩니다. 그래서 그를 서유럽의 아버지라고 부른답니다.

 

이렇듯, 카롤루스 대제 덕분에 맥주가 유럽에서 중요한 술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위에 나왔던 나라 들의 수도원은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보면 됩니다.

영국의 맥주 - 에일

로마의 지배를 받기 전의 고대 영국(브리튼)에서는 섬나라라서 그런지 물이나 마실 것이 부족했는데요. 그러다 보니 산에서 벌꿀을 모아다가 발효시켜서 술을 만들어 먹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만든 벌꿀 술을 미드(mead)라고 합니다.

그런데 벌꿀 술도 인구가 늘어나서 산림도 훼손되고, 마시는 사람도 늘어나니 공급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자 벌꿀 술에 보리를 넣어 함께 발효시킨 술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 생겨났어요. 맛은 벌꿀 술보다 못한데 요즘으로 치자면 가짜 양주 같은 술이었겠죠.

 

이런 가짜 벌꿀 술을 구분하기 위해 이름이 필요했고 이 가짜 술에 alu라고 이름을 붙였고, 이 alu가 나중에 에일이라고 이름이 바뀌었답니다. 그 후 브리튼이 로마의 지배를 받는 동안은 딱히 에일에 대한 역사적인 기술이 별로 없다고 합니다.

 

그리스를 흠모하는 로마는 와인을 숭배하고 보리로 만든 술을 천대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싸구려 술 이서민들에게는 인기가 많았답니다. 근대까지 영국에서 에일은 서민들에게 사랑을 받아 근근이 이어져 내려오게 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청주는 양반이 마시고, 막걸리는 농부들이 마시는 것 같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