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의 구성요소 : 보리

지난 글에서는 맥주의 구성요소 중 물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맥주이야기_맥주의 구성요소를 알아보자

맥주의 스타일을 설명하려면 맥주가 어떤 구성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화학과 관련된 내용을 다룰 예정이지만, 최대한 쉽게 슬기로운 생활 수준으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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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맥주의 구성요소 중 보리에 대해 알아보기로 합니다.

보리

맥주에는 당연히 보리가 들어갑니다. 그런데 어떤 보리가 들어갈까요? 네? 보리도 종류가 있냐고요? 네! 종류가 있답니다. 쌀도 찹쌀이 있고, 그냥 쌀도 있는데 보리라고 종류가 없으려고요.

여섯 줄 보리와 두줄 보리

보리에는 대표적으로 2줄 보리와 6줄 보리가 있습니다.

6줄 보리
6줄 보리는 우리가 흔히 보리밥으로 해 먹는 보리입니다. 한 대에 보리알이 6줄로 나 있지요. 쌀보리라고도 합니다.

2줄 보리
2줄 보리는 당연히 2줄로 나 있겠지요? 이 보리로 맥주를 담그기 때문에 맥주 보리라고도 부릅니다. 이 2줄 보리는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유래했습니다. 맥주의 기원이 된 곳이죠. 두줄 보리는 여섯 줄 보리에 비해서 전분질이 많습니다. 대신 단백질이 적지요.

전분이란?

전분은 쉽게 말하자면 녹말이죠. 이 녹말은 아밀라아제(amylose)와 만나면 당분으로 바뀝니다. 아밀라아제는 학교에서 많이 들어 봤을 거예요. 바로 침에 많이 들어 있는 성분이지요. 우리가 빵이나, 밥을 먹을 때 그 안에 있는 전분이 침 속에 있는 아밀라아제 효소와 만나서 당분이 된답니다. 당분은 우리 몸에서 에너지 원으로 쓰이고... 남은 에너지원은 뱃살이 되지요;

 

그럼 맥주를 만드는 아밀라아제는 어디 있을까요? 바로 보리의 싹에 있습니다. 모든 곡식의 효소는 그 곡식의 싹에 있습니다. 이 효소를 전분과 만나게 해 주어야 발효가 되어 당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보리로 직접 맥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맥주의 싹을 틔워서 맥아(麥芽)를 만든 다음에 맥아를 가지고 맥아당을 만드는 것이지요. 아(芽)라는 말이 한자로 싹을 의미합니다.

 

Q) 그럼 싹 없이 곡식만 가지고 발효를 할 수 없을까요?
A) 있습니다.

여주인공이 구치카미자케(口噛み酒, くちかみざけ)를 만드는 장면입니다. 구치 카미(口噛み)란 입으로 씹다는 뜻입니다. 곡식을 입으로 씹어 만드는 술입니다. 침 안에는 아밀라아제가 있으므로 이렇게 씹어서 다시 원료에 넣으면 발효가 시작됩니다.

 

상당히 더러운 방식으로 보이나, 발효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고대에 많이 사용하던 발효 방식이었습니다. 잉카 제국이나 바이킹 문화에도 이러한 발효 방식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두줄 보리 VS 여섯 줄 보리

그렇다면 어떤 보리가 맥주를 만드는 데 적합할까요? 바로 두줄 보리입니다. 두줄 보리에는 당분의 원료가 되는 전분이 많으므로, 맥주를 만들기에 적합합니다. 여섯 줄 보리는 당의 원료가 되는 전분질이 적으므로 당분이 많이 생기지 않습니다. 전문적인 용어로 수율이 낮다고 하는데요. 한마디로 수율이 낮다는 건 본전을 못 뽑는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풍토가 여섯 줄 보리에 적합하여 두줄 보리는 많이 생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맥주도 여섯 줄 보리로 담급니다. 세계적으로 보면, 두줄 보리는 유럽, 호주, 캐나다에서 많이 나고, 여섯 줄 보리는 동남 아시아나 미국에서 많이 납니다. 따라서, 동남 아시아나 미국에서는 주로 여섯 줄 보리로 맥주를 만듭니다. 아까 수율이 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렇게 담가도 괜찮을까요? 방법이 없을까요?

 

그래서 생각해 낸 스타일이 미국식 부가물 라거(American Adjunct Lager) 스타일입니다. 미국에서 유래되어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요. 한마디로 보리 대신 다른 곡물을 넣어 발효하는 방식입니다. 어차피 모든 전분은 당이 됩니다. 고구마든 감자든 상관없습니다. 재료의 단가만 낮으면 됩니다.

미국식 부가물 라거(American Adjunct Lager)

스타일 이름이 어려워서 그렇지, 이 스타일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맥주 스타일입니다.

 

미국식 부가물 라거에는 어떤 부가물이 들어갈까요? 바로 쌀, 옥수수, 귀리 등이 들어갑니다. 이 부가물의 역할은 보리 대신 전분을 보충하기 위한 역할을 하지요. 그래서 전분은 보충이 되나 보리의 구수한 맛은 떨어지고 싱거워지게 되지요.

 

이 싱거움이 우리나라 맥주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식 부가물 라거(American Adjunct Lager)의 특징입니다. 쌀이 많이 나는 동남아 지역에서는 쌀을 많이 넣고, 미국 등지에서는 옥수수를 많이 넣습니다.

 

그럼 부가물을 넣는 것은 또 하나의 문제가 있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보리의 싹에 아밀라아제 효소가 들어 있다고 했는데, 보리를 줄이면 당연히 효소의 양도 줄어듭니다. 따라서 미국식 부가물 라거(American Adjunct Lager)에는 인공적으로 효소를 더 첨가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옥수수의 경우에는 GMO라고 유전자 변형 생물 문제도 있습니다. 원래의 식물에 다른 유전자를 끼워 넣어 크기를 키우고 품종을 개량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러한 GMO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게 GMO 옥수수인데요.

 

이런 GMO 옥수수를 미국식 부가물 라거에 많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맥주 회사 중에는 GMO-FREE라고 GMO를 안 넣겠다는 선언을 한 회사들도 있지만, 딱히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회사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