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리뷰] 맥파이 페일 에일 - 4.8%

국내 수제 맥주의 자존심 맥파이

지금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의 하나로 자리매김한 맥파이(Magpie) 브루잉이지만, 시작은 10평 남짓의 경리단길 작은 맥주집이었습니다.  지금이야 페일 에일(PA)이나 IPA 등의 미국식 수제 맥주 타입은 편의점이나 동네 수제 맥주 프랜차이즈에서 쉽게 마실 수 있지만,  맥파이가 영업을 시작한 2012년 4월만 하더라도  PA/IPA 타입은 이태원/경리단이나 홍대에 위치한 극소수의 선구자적인 맥주 펍에서나 맛볼 수 있는 맥주였습니다.  

 

애당초 당시 국내에서 PA/IPA 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극히 적었고 경리단길의 작은 맥주집에서 위탁으로 제조한 PA 이 나왔다 하니 (기성 양조장에서 나온 페일 에일은 적지만 몇몇 있었음 예. 앨리캣)  소수의 국내 맥주 얼리어답터들 + 크래프트 맥주를 아는 재한외국인들이 경리단 맥파이를 방문하여 인종이 뒤섞인 오묘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형성했고, 점점 경리단길이 핫한 거리가 되면서 맥파이도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당시 가평의 카브루를 통해 위탁양조로 첫 선을 보인 맥파이의 맥주는 페일 에일로, 맥파이의 첫 출시 맥주입니다.  현재는 국내에 양조장 제품으로도 차고 넘치는 것이 페일 에일이나, 2012년에 나온 적당한 열대과일/시트러스 미국 홉 향미가 가미된 약간 씁쓸한 페일 에일은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국내에 미국식 크래프트 맥주를 소개한 대표적인 제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몇 년이 지나, 맥파이가 제주도에 자체 양조장을 건설한 이후로는 맥파이의 양조장에서 생산되는 사라지지 않은 현역 맥주입니다. (맥파이 이전, 국내 페일 에일이 소수 있었으나 현재는 제품이 사라짐)  SNS를 보다가 맥파이에서 2022년 4월이 10주년이라 해서 불현듯 옛 생각이 나서 시음하게 된 맥주로 본인 또한 10년 전 맥파이를 자주 출몰하던 얼리어답터였습니다. 

 

색상은 살짝 탁하지만 뿌옇지는 않은 밝은 호박색입니다.  오렌지, 감귤 등의 정겨운 예전 미국 홉들에서 나는 과일잼과 같은 단 내와 약간의 풀 내음이 풍깁니다.  탄산감은 특별히 많지도 적지도 않아 무난했고, 질감이나 무게감은 마냥 가볍지는 않지만 그래도 펍에서 편하게 마시는 대중맥주 페일 에일인 만큼 미디엄-라이트 바디로 어렵지 않게 마실 수 있습니다.  

 

과일잼이나 시럽과 같은 단 맛 뉘앙스는 있었지만 물리는 단 맛으로 가지는 않고 나름 개운했었는데, 확실히 약 10여년 쯤 많이 팔리던 페일 에일의 풍미군요.  홉의 맛 또한 오렌지, 감귤 느낌과 솔과 흙 등의 새콤함과 씁쓸함, 상쾌함 등이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는 쓴 맛의 여운이 마시고 나서 남는 편이라 쓴 맛에 취약하다면 살짝 어렵게 다가올 수 있지만,  이런 맛을 즐긴 사람이라면 뒤에 남는 쓴 맛 때문에 '페일 에일이면 응당 이 정도 씁쓸함은 있어야지'라고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고 예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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