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낳고 미국이 키워낸 임페리얼 맥주 시리즈

맥주계의 황제, 임페리얼(Imperial)

임페리얼(Imperial), 우리 한국인에게는 그리 낯선 영단어는 아닙니다. 본 의미는 '황제의, 제국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이 단어가 상품에 사용될 때는 '고급, 특별히 우수한'의 뜻을 갖습니다.  맥주의 스타일 정의에 있어서도 임페리얼(Imperial)은 빈번히 등장하는데, 임페리얼이 맥주에 처음 사용될 대는 고급, 극상품의 표현보다는 황제에게 진상하는 맥주라는 의미로 임페리얼이 형용되었습니다.  

 

임페리얼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먼저 사용된 시기는 19세기 영국입니다. 영국식 맥주였던 스타우트(Stout)는 러시아 제정에서 인기가 높아 수출되었는데, 5% 정도의 알코올 도수를 가진 스타우트들은 영국에서 배편으로 북해-발트해를 지나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도달하면 이미 제맛이 아닌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영국의 양조자들은 도수를 8% 수준으로 높여 스타우트를 생산했는데, 이전처럼 운송 도중의 변질도 줄어들었고, 러시아의 기후를 보더라도 高도수 맥주는 추위를 녹일 수 있는 윈터 워머(Winter Warmer)의 역할도 수행했습니다.  알코올 도수가 높아진 스타우트(Stout)이기에 검은 맥아를 비롯한 전체 맥아 사용량이 상승하여 맥아적 특징(Malty)이 강화된 달고 진한 스타우트 맥주가 되었는데, 이를 영국에서는 러시아 제정을 위한 맥주, 임페리얼 스타우트(Imperial Stout)라 불렀습니다.  

 

종종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로 불리는 스타일의 맥주는 약 150년 동안 영국에서 양조되어지던 스타일이었지만 1980년대 이후 크래프트 맥주가 활성화된 미국에서는 여러 양조장들이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만들어내기 시작합니다.  

 

본래 영국에서 만들어지던 임페리얼 스타우트들은 무지막지한 양의 홉이 투입되어 강력한 씁쓸함을 가진 제품들만 있던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제가 영국 사무엘 스미스(Samuel Smith)의 임페리얼 스타우트에서 느낀 점도 그러한데 홉이 약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현재의  '임페리얼'  의미적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죠.  

 

따라서 8%의 수준에 달하는 본래 영국식 임페리얼 스타우트가 맥아적 성질(Malty)이 도드라졌다면, 미국의 크래프트 양조장들에서 만들어내는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맥아만 부각되면 맥주가 달기 때문에 그 균형을 잡아 줄 수 있게 AA% 가 높은 미국 홉들을 다량 투여하여 상향평준화를 이룩합니다.  이렇게 탄생한 미국적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웬만한 맛에는 내성이 생긴 마니아층에게 각광받는 스타일이 되었습니다.

 

매우 강하고 진한 묵직함 때로는 끈적한 맥아적 성질(Malty), 마시고 난 뒤에도 입에서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씁쓸한 홉의 성질(Hoppy), 한 병만 마셔도 알딸딸해지며 상당한 만족감을 느끼는 높은 도수까지,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통해 '임페리얼' 의 의미는 미국에서 이렇게 정의되었습니다.  

 

강력해진 스타우트에 붙던 '임페리얼' 이 이후 다른 스타일에도 연결되었는데, IPA 의 강화 스타일이라는 의미로서 Imperial IPA 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IPA의 발상지인 영국에서는 원래 없던 임페리얼 IPA로.. 임페리얼의 의미가 러시아 제정 → 맥아, 홉, 도수 모두 강한 맥주로 교체되었죠.  현재 미국에서 임페리얼 스타우트, 임페리얼 IPA는 크래프트 맥주계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스타일이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그 '임페리얼' 의 정의는 IPA처럼 홉의 씁쓸함이 있는 필스너에도 옮겨갔고, 심지어는 홉의 씁쓸한 성질과는 큰 연관이 없는 스타일들인 바이젠, 베를리너 바이세 벨지안 세종, 브라운 에일, 펌킨 에일까지.  어디까지 영역을 넓일지 무서울 정도군요.  

 

이렇게 까지 '임페리얼' 시리즈가 크래프트 맥주 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것은 고객층인 마니아들의 입맛을 타깃으로 했고 센세이셔널한 독창성을 겸비했기 때문입니다.  맥주 마니아들의 운집장소인 Beeradvocate.com의 Top Beer 100을 보면, '임페리얼' 시리즈들이 대부분인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에서 다시 '임페리얼' 시리즈가 말 그대로 황제 같은 존재감의 맥주가 된 것처럼 느껴지네요.  

 

임페리얼(Imperial)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맥주가 어느샌가 마음에 쏙 든다! 그렇다면 이미 자극에 무뎌진 마니아의 수준에 도달했다는 반증입니다.  반대로 지나친 자극이나 부담스러운 맥주가 싫다면 Imperial Series를 피해야 될 것 같네요.

 

함께 읽어보면 좋을 글

 

[맥주리뷰] 제주 거멍에일(JEJU GEOMEONG ale) - 4.3%

제주도에서 나온 다크 에일  지난 2월에 '제주 위트 에일' 시음 기를 올리고 반년만에 다시 찾은 제주 맥주의 제품인데, 그 사이 제주 맥주는 지난 5월에 코스닥 상장하여, 한국 수제 맥주 회사로

iapetus-forum.tistory.com

 

[맥주종류] 독일의 옥토버페스트 맥주

전 세계적인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 2011년 9월 17일 토요일, 저 멀리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에서는 제201회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가 개막합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이 축제의 메인 테

iapetus-forum.tistory.com

 

맥주이야기 : RTD 주류는 뭘까? (KGB, 머드쉐이크 같은 종류)

이것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간혹 맥주 코너에 가보면 이상한 맥주들이 멀뚱히 한 칸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KGB, 머드 셰이크, 후치아이스, 보드카 크루저 등등이 그것이죠. 그리고 요새는 지카시

iapetus-forum.tistory.com

 

맥주의 분류 : 람비크(Lambic)

숨겨졌던 마지막 하나 - 람비크 맥주를 라거와 에일로 분류한다는 것은 지난번 블로그에서 다루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녀석이 하나 있다는 것도요. 바로 랑비크(람빅, Lambic)입니다. 맥주의

iapetus-forum.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