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하는 생맥주는 뭘 생맥주라고 하는걸까?

생맥주 용어는 어디서 시작된 거지?

여러분들은 '생맥주'라는 용어를 어떻게 이해하고 계십니까?

 

1. 살아있는 맥주 2. 신선한 맥주 등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신선한 맥주라면 출고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싱싱한 맥주, 살아있는 맥주라면 맥주 효모가 살아있어 동일 병/캔 제품보다 맛이 더 풍부한 것을 생맥주에 기대하고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맥주와 같은 발효주인 막걸리의 예를 보면 생막걸리와 살균막걸리 두 종류가 있습니다. 살균막걸리는 효모나 기타 잡균을 살균하여 효모의 발효나 잡균의 증식을 방지했기에 유통기한이 길어지며 상온에서 보관되더라도 변질의 위험이 적습니다. 그러나 생막걸리는 효모가 살아있는 막걸리이기 때문에 그 효모가 발효될 수 있는 실온에 놓인다면 병 속 발효를 통해 맛이 달라질 수 있고 장기간 동안 생막걸리를 실온이나 높은 온도에 방관한다면 맛의 변질을 유발하게 됩니다.

 

그래서 생막걸리는 살균막걸리와 다르게 항상 냉장보관을 요하는 제품이죠. 다루기 까다롭고 유통기한도 짧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생막걸리를 찾는 까닭은 발효주에서 효모가 만들어내는 풍부하고 신선한 맛을 느끼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생맥주를 찾는 목적 또한 생막걸리를 찾는 이유와 매한가지라 사려되는데, 발효주에 있어서 효모가 들어간 生 제품들은 품질 유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맥주효모의 발효온도는 라거 8-13 도, 에일 18-24 정도이며 발효가 끝난 후에는 0-5 도의 저온에서 숙성시켜 발효 뒤의 잡미를 없애는 작업을 거칩니다. 저온에서 맥주를 보관하는 이유는 0-5에서 맥주 효모는 너무 낮은 온도 때문에 제대로 활동할 수가 없어 밑으로 가라앉게 되는데 이를 통해 더 이상의 발효를 막아 제조자가 원하는 맥주의 상태를 유지하며 부패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숙성과정까지 끝나 마실 수 있는 효모가 포함된 생맥주를 맥주집으로 이송하려면 가능한 숙성시 온도와 같은 온도를 유지하는 냉장차를 통해 배달되어야 합니다. 온도가 다시 높아지면 효모가 다시 깨어나 발효를 시작하게 되죠. 맥주 효모는 오랜 기간 동안 발효가 지속되거나 섭씨 30도 이상에서 발효가 이루어지면 매우 불쾌한 맛과 향을 맥주에 부여하기 때문에 생맥주에서는 반드지 명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그래서 냉장차를 이용한 수송 시스템인 콜드 체인이 맥주에 있어서도 필수 덕목입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의 현실은 다릅니다. 콜드 체인을 통해 생맥주 통을 배달하는 곳은 드물며 맥주 양조장으로부터의 직납이 아닌 중간 유통자인 주류상을 통해 생맥주를 받는 곳이라면(이게 대부분) 주류상에 마련된 상온의 야적장에 생맥주가 보관되었다가 맥주집으로 다시 수송됩니다.

 

국내 대부분의 맥주집에서는 순간 냉각기를 통해 맥주를 서빙하기 때문에, 생맥주 통 또한 실온에 있다가 손님이 주문하면 순간 냉각기를 통해 뽑아져 잔에 담기니.. 실질적으로 생맥주가 0-5 도의 저온에서 보관되는 일은 아주 적은 경우입니다.

 

앞에서 제가 설명드렸듯 효모가 살아있는 생맥주는 생막걸리, 우유처럼 상온에서는 금방 상하기에 항시 저온에서 품질이 유지된 채 유통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날씨가 30 도를 웃도는 더운 여름에는 생맥주 유통 현실이 맥주에게 완전 재앙과 같고, 그렇다면 겨울에 마시는 모든 생맥주는 여름에 마시는 것보다 품질이 항상 좋아야 하는데 우리가 '생맥주'를 마셔보면 이런 모순의 문제점들이 크게 부각되지 않습니다. 과연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그 이유는 우리가 마시는 생맥주가 生 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 때 한 맥주회사의 TV 광고 멘트에서 자주 들렸던 말 기억하시나요? '비열처리 맥주', 즉 열처리를 하지 않았다는 말인데 열처리 과정이란 발효에 숙성까지 끝난 효모가 담긴 생맥주를 순간 열을 쏴서 효모와 균을 모두 죽입니다. 그리고 필터를 이용한 효모의 제거작업도 있습니다.

 

마이크론(1마이크론은 1mm의 1/1000) 필터를 통해 맥주에 남은 효모를 여과하는 것인데, 완벽 여과는 아니지만 열처리보다는 보다 안정적으로 효모를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이와 같은 작업은 병/캔 과 같은 장기간의 보존이 필요한 제품에 사용되는 공법으로, 맥주 부패와 변질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효모를 완성된 맥주에서 제거함으로써 살균 막걸리처럼 병/캔맥주도 상온에서 1년까지도 보관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죠.

 

하지만 생막걸리와는 다르게 생맥주는 병/캔처럼 똑같이 살균이나 필터링을 거치는 게 문제죠. 그렇기에 앞서 제기했던 문제들 콜드체인 無 이용, 상온의 야적장에서의 야적 , 실온에 계속 보관되며 순간 냉각기를 거쳐 냉각되어 나오는 것들이 가능한 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국내에 수입되는 수입 생맥주들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생산지에서 배를 타고 화물로서 장기간 동안 운송되어 오며, 국산 맥주들과 마찬가지로 주류상 야적장에 방치되며 역시나 순간 냉각기를 통해 뽑아지죠. 이미 수입맥주들도 현지에서 살균(파스퇴라이즈), 혹은 필터링을 거친 것입니다.

 

효모는 거의 혹은 다 걸러졌고 콜드체인은 무시되는데 우리나라 시민들 뿐만 아니라 현실을 모르는 세계 시민들은 生 맥주, Draft Beer는 살아있는 신선한 맥주라고 생각하고 마실 수밖에요 

 

영국에는 CAMRA(Campaign for Real Ale)이라는 '리얼 에일' 보호/육성단체가 있습니다. 캐스크(Cask)에 일이라고 도 불리는 그들이 정의하는 Real Ale 이란. 無 여과, 無 살균을 기본 원칙으로 하며 또한 인공적인 탄산 주입을 거부한 맥주입니다.

 

우리의 생막걸리와 같은 Real 생맥주를 알리기 위한 것이 CAMRA의 목적인데, 이러한 영국의 예는 세계에서 '생맥주'라는 개념이 얼마나 잘못되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반증입니다. 방부제를 안 넣어 준 것만 해도 감사하다며 '생맥주'를 마셔야 하는 상황이 현실일 수도 있죠.  

 

누구나 상식처럼 알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맥주든 양조장에 직접 가서 마신 맥주는 신선하고 맛있다! 왜 양조장서 직접 마신 맥주를 호프집에서 마시면 그 맛을 내는 곳은 드물까요? 왜 독일이나 미국에서 마신 하우스맥주(Brewpub) 집의 맥주는 차원이 다를까요?

 

[효모가 살아있는 생맥주 맛 > 살균/필터 된 '생맥주' 맛]의 공식은 언제나 성립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生 맥주의 기본적인 의미는 되새겨 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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