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크래프트 비어(Craft beer)란 뭘까?

크래프트 비어(Craft beer)의 모든 것

우리나라에 크래프트 맥주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아마도 작년에 브루마스터스 인터내셔널에서 로그, 로스트 코스트, 앤더슨 밸리 맥주가 수입되면서부터라고 기억합니다. 공예 맥주, 장인 맥주, 소규모 양조장에서 소량 생산하는 맥주, 아마 이런 식의 문구로 영업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크래프트 맥주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생각난 김에 크래프트 맥주에 대해서 간략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CRAFT BREWERY라는 용어는 북유럽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맥주 업계에 오래전부터 통용되던 개념은 아니고, 1970년대 말 80년대 초 미국에서 소규모 양조자들의 창업 활동이 활발히 일어날 때 미국양조협회(American Brewers Association, 이하 ABA)에서 만들어 낸 용어입니다.


ABA에서는 크래프트 브루어리를 small, independent, traditional 이 세 가지 개념으로 정의합니다.

 

1. small(소규모) : 연간 생산량 6백만 배럴(약 7억 리터) 이하일 것.

 

7억 리터라는 숫자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잘 안오신다면

 

미국 전체 맥주 생산량 랭킹 2위인 SAB-Miller : 218억 리터
미국 크래프트 브루어리 랭킹 1위인 Boston Beer Co.(사무엘 아담스) : 3억 리터
미국 크래프트 브루어리 랭킹 2위인 Sierra Nevada : 9천만 리터
미국 크래프트 브루어리 랭킹 3위인 New Belgium(팻타이어) : 7천만 리터
한국이 만드는 세계인의 맥주!! 한국의 자랑!! OB맥주 : 13억 리터 

 

2. independent(독립) : 독립 자본으로 경영함이 원칙이며 외부 자본 비율은 25% 미만일 것.

 

일례로 유명한 메이저급 크래프트 브루어리였던 시카고의 Goose Island가 안호이저-부시에 매각이 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즉, 현재 구스 아일랜드는 이제 더 이상 크래프트 브루어리가 아닙니다.

 

3. Traditional(전통) :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력제품이 올 몰트 비어 거나, 올 몰트 비어 또는 첨가물이 들어간 맥주 (단, 풍미를 약하게 하지 않고 더 좋게 하기 위한 첨가물 사용)의 비중이 최소 50%는 될 것.

 

3번 조항은 말이 좀 복잡하지만 쉽게 말해서 대기업 공장 맥주에서 나오는 라이트 라거와는 다른 맥주다운 맥주를 만들어 보자는 의미가 됩니다. 다시 말해서 옥수수 들어간 어드정트 라거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업체는 1,2항의 조건을 정확히 만족해도 크래프트 브루어리가 될 수 없는 것이죠.

 

 

아래 내용은 크래프트 브루어리의 기본정신이랄까, 추구하는 바를 서술한 것입니다.

- 크래프트 브루어는 소규모 브루어이다.


- 크래프트 브루어의 특징은 혁신에 있다. 크래프트 브루어는 전통적인 맥주 스타일을 개성있게 꼬아서 재해석하여 전례가 없는 새로운 스타일의 맥주를 개발한다.


- 크래프트 맥주는 일반적으로 몰트같은 전통적인 재료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독특한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 때로는 재미있는 재료나 비전통적인 재료도 맥주에 첨가 할 수 있다.


- 크래프트 브루어는 자선활동, 기부, 자원봉사, 행사 스폰서 등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긴밀한 관계를 가진다.


- 크래프트 브루어는 개성있는 방식으로 고객을 대하며, 고객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한다,


- 크래프트 브루어는 그들이 만드는 맥주와 경영상 독립에 의해 진실성을 지킨다. 크래프트 맥주가 아닌 분야에서 많은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


- 대다수의 미국인은 10 마일 안에 크래프트 브루어가 있어야 한다. (그 정도로 크래프트 맥주는 동네 곳곳에 친근하게 존재해야 한다)

바로 이러한 철학이 바로 크래프트 맥주를 결정짓는 핵심이며 크래프트 브루어리와 대기업 공장 맥주와의 확연한 차이를 만들어 줍니다. 수십 년 동안 시장을 독과점하고 돈을 긁어모으면서 매일 똑같은 맥주만을 찍어내는 어디 어디랑은 너무 비교가 되죠?  아니 대기업이야 그렇다 쳐도, 우리나라는 하우스 맥주집조차 이런 철학을 가진 곳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구체적으로 크래프트 브루어리는 아래 4가지 종류로 세분되며, 이 4가지 형태만 크래프트 브루어리라고 ABA협회에서 인정하고 있습니다.

 

1. Microbrewery (마이크로 브루어리)

연간 생산량 15,000 배럴(176만 리터) 이하면서 75% 이상의 맥주를 외부에 판매하는 브루어리.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마이크로 브루어리(=하우스 맥주집)와는 전혀 다르고 세븐 브로이 같은 소규모 양조장, 또는 일본의 지비루 양조장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최근에는 이보다 더 작은 개념으로 470리터 미만의 생산 설비를 갖춘 브루어리를 나노(Nano) 브루어리라고도 합니다.

 

2. Brewpub(브루 펍)

레스토랑을 끼고 있는 브루어리. 25% 이상의 맥주를 브루 펍 안에서 판매해야 함. 맥주는 주로 브루펍 안에서 요리와 함께 소비하기 위해 만듭니다. 법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맥주의 테이크 아웃이나 외부 판매도 가능합니다. 외부 판매의 비중이 75%가 넘어서는 브루 펍은 그 시점부터 1. 마이크로 브루어리로 분류가 되지요.

 

외부 판매가 불가능한 것만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하우스 맥주집, 즉, 마이크로 브루어리와 어느 정도 흡사합니다. (우리나라 마이크로 브루어리는 외부 판매는 불가하지만, 현재 테이크 아웃까지는 허용됨)

 

3. Contract Brewing Company (계약 양조 회사)

직접 양조는 하지 않고 마케팅과 판매, 유통만을 담당하고, 맥주는 다른 양조장에게 외주를 줘서 만들어 오며 자사의 브랜드를 붙여서 판매합니다.

 

4. Regional Craft Brewery (지역 크래프트 브루어리)

연간 생산량 15,000~6,000,000배럴(176만~7억 리터)에 해당되며 크래프트 브루어리의 요건을 충족하는 브루어리. 우리나라에서도 친숙한 사무엘 아담스, 시에라 네바다, 도그 피시 헤드, 로그 등등이 다 여기에 속합니다.

 

현재 미국 전역 크래프트 브루어리는 대략 2000개 가까이 있습니다. 그중 대다수는 마이크로 브루어리 아니면 브루 펍이지요. 상당수의 업체들이 규모도 작은 데다가 작은 파이 내에서 경쟁도 해야 하기 때문에 브루어리들도 해마다 수십 개씩 생겨나고 또 수십 개씩 망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의 크래프트 맥주들의 점유율은 매해 성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생각보다 높지 않아서 2011년 기준으로 미국 전체주의 판매량의 5.7%를 크래프트 맥주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판매액으로는 보면 9%가 넘습니다. 크래프트 맥주들이 병당 단가는 비싸니까요)

 

미국 사람들은 아침에 눈뜨면 시에라 네바다 페일 에일 한 잔 먹고 출근하고, 점심은 도그 피시 헤드 60 미닛 IPA에 밥 말아먹고, 저녁엔 동네 바에 가서 샘 아저씨네 보스턴 라거 한 병씩 시원하게 까고 집에 을 것 같지만 실상은 우리가 할리우드 영화에서 봐온 그대로 94.3%의 미국인들은 역시나 버드, 밀러 병나발이 최고입니다. 물론 그게 잘못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맥주는 기호식품이며 페일 라거를 선호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니까요.

 

하지만 6%의 점유율을 놓고, 2000개의 브루어리들이 만들어 내는 수십만 종의 다양한 맥주의 향연은 그저 눈물 나게 부러울 따름입니다.

 

오늘도 미국에서는 수많은 다윗들이 페일 라거, 라이트 라거라는 이름의 골리앗과 불가능에 가까운 한 판 승부를 벌이고 있습니다.

 

모두에서 언급했지만 크래프트 맥주를 장인 맥주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수공예 맥주라고 하기엔 그다지 섬세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장인 맥주, 공예 맥주는 독일의 라거, 영국의 트래디셔널 에일, 벨기에의 트라피스트 맥주가 더 단어의 의미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지요. 

 

크래프트 맥주는 소규모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맥주입니다. 다만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드는 맥주라는 뜻에 그치지 않고, 전통을 재해석해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려는 젊고 패기 있고 활기차며 신선한 시도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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