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종류] 영국에서 만든 인도용 맥주, 인디아 페일에일(IPA)

인디아 페일 에일에서 느껴지는 건 인도 맥주?

지금까지 '맥주 정보' 란에서 소개했던 맥주들은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수입맥주들에서 접하는 게 가능했지만 이번 회의 주인공인 '인디아 페일 에일 (India Pale Ale : IPA)' 은 아쉽게도 대한민국에서는 찾을 수 없는 스타일의 맥주였습니다.

 

'인디아 페일 에일'의 이름의 의미는 매우 단순합니다. 인도의 페일 에일(Pale ale = 영국식 상면발효 맥주) 이죠.  생산되기 시작한 시기와 장소는 19세기 초반 영국으로, 그 당시의 영국은 해가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며 세계 각지에 식민지를 구축했던 초일류 강대국이었습니다.  

 

수많은 식민지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은 광활한 영토, 인구, 향신료가 풍부한 인도였는데, 동인도회사를 중심으로 한 식민지 경영으로 많은 영국인들이 본토에서 인도로 건너가게 되었습니다.

한국인들이 해외생활을 하면 소주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인도에 진출한 영국인들은 본국에서 마시던 맥주인 페일 에일(Pale Ale)에 관한 갈망이 생기게 되었고,  영국의 양조장들은 페일 에일을 생산하여 배편으로 인도로 수송했지만,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상하고 난 뒤였죠.  

 

19세기 초는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기 전이라 인도를 가려면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가야 했는데,  적도를 두 번이나 지나치는 뜨거운 아프리카의 기후 때문에 서늘한 기후에 보관해야 하며, 빠른 소비가 관건인 맥주가 인도까지 도달하는 데는 장애적인 요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Hodgson 이란 양조 가는 홉(Hop)을 다량으로 첨가한 페일 에일이 방부효과가 생긴다는 사실을 알아내어, 맥주를 인도까지 상하지 않은 채로 도달시키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인도로 보내진 맥주여서 '인디아 페일 에일'이라 불린 Hodgson의 맥주는   다른 영국의 양조가들에게도 Hodgson의 맥주를 모방하여 IPA를 생산하였으며,  Hodgson 이 파산 후에도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었어도 인도가 독립하여 영국에서 떨어져 나갔어도, IPA는 현재까지도 양조되고 있습니다.

 

 

 IPA 가 본래의 역사적 기반을 상실하였음에도, 현재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홉(Hop)에서 발생한 그 독특한 향과 맛 때문입니다.  맥주의 기본재료이자, 주로 쓴 맛과 향을 내기 위해 첨가되는 게 홉(Hop)이며, IPA는 그런 홉의 특징을 완전히 부각한 맥주로, 제대로 된 IPA를 처음 마신다면 쓴 맛과 향 밖에는 접하게 될지도 모르나, 차츰 익숙해지면 과일 같은 신 맛 & 향과 상큼함이 동반한 쌉싸름한 맛 & 향이, 입과 코에 싸하게 후반부에 길게 남는 매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사람들에게 쓰다고 알려진 맥주로 체코식 필스너(Pilsner)가 있는데, 필스너 역시 홉의 특징을 살려 씁쓸함이 인상적인 맥주이나, 필스너가 고소하게 쓴 맥주라면, IPA는 과일같이 상큼하며 시원하게 쓰다는 게 다릅니다. 홉에 살고 홉에 죽는 맥주가 IPA 이기에, 바로 위 IPA의 병 주변에 홉(Hop) 열매가 놓여있는 이미지가 설정되었죠.

 

정통 '인디언 페일 에일(India Pale Ale)' 은 알코올 도수가 일반적인 페일 에일에 비해 높으며, 향과 맛이 강하기 때문에 일반 대중이 쉽게 다가갈 수 있지는 않습니다.  

 

특히 라거(Lager) 등장과 그 맥주에 길들여진 입맛의 소비자들에게 점점 외면받기 시작하면서, 영국에서는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했지만 영국 내 메이저급 에일맥주 양조장인 그린 킹 의 '그린 킹 IPA' 나 칼레도니안의 '도이 차스 IPA' 등의 4%대의 낮아진 알코올 도수와, 쓴 맛이 급격하게 줄었지만 과일의 향과 맛은 살아있는 신식 IPA를 선보이며 대중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하지만 IPA에 있어서 홉의 씁쓸함과 그 지속력 등이 제외되고 과일 같은 향과 맛만 남는다면, 일반적인 페일 에일(Pale Ale), 비터(Bitter)들과 큰 차이를 느낄 수 없게 되기에, 맥주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조금 부정적입니다.  지금 영국의 마켓이나 펍(Pub) 등에서 구할 수 있는 IPA 들은 거의 대부분이 순화된 제품들로  많은 기대를 했다가는, 비터(Bitter)와 별로 다르지 않아 약간의 실망감도 안겨줄 수도 있지요.

마치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옛 스타일을 회복치 못할 것 같았던 제국주의와 식민지 경영이 탄생시킨 IPA 맥주의 전통을, 아이러니하게 전쟁을 통해 영국에서 독립한 前 식민지 미국에서 계승하게 되었는데,  1970년 이후 미국에서 일어난 '마이크로 브루어리(소규모 양조장)'의 활성화로 라거 맥주에 밀려 외면받던 옛 스타일의 에일맥주들이 재조명 받음에서 비롯했습니다.  

 

대기업의 대량생산 맥주들에 반대하며, 옛 것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 실험과 도전을 멈추지 않는 미국의 소규모 양조장들은 IPA, 스타우트 & 포터, 발리와인, 올드에 일등의 영국에서 소외받던 맥주들을 대중성에 개의치 않고 그들의 취향에 따라 소생시켰습니다.  

 

이렇게 미국에서 되살아난 맥주들은 앞에 'American' 이 붙었으며, American IPA, American Porter 등으로 영국의 것들과 구분이 되었고, 이들은 대기업 출신의 획일화된 라거에 질려있던 맥주 마니아들에게 각광받게 되었습니다.  

 

현재 미국의 자리가 잡힌 소규모 양조장들에선 IPA는 마치 꼭 생산하여야 하는 필수 맥주처럼 여겨지게 되어, 소비자는 각 양조장의 전통적인 IPA를 비교하는 수준까지 도달했으니, 이제는 사라질 우려 없이 IPA 가 완전히 고착화된 것 같습니다.

한 때 IPA의 본고장인 영국에서는 몇몇의 양조장만이 옛 방식의 IPA를 생산하였으나 1990~2000년대 영국에서도 소규모 양조장이 활성화되면서 전통방식 IPA 가 등장했고 그들 중에서 몇몇은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 (대형마트, 펍)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게 되었지만 정말로 몇몇(2~3개) 정도입니다.  

 

그래서인지 일각에서 주장하길 IPA는 미국의 맥주라는, 영국의 소규모 양조장이 들으면 기분 나쁠 이야기도 있지요.  IPA는 영국의 식민지였던 국가들.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지에서 만들어지며,  다른 맥주 강국들. 벨기에, 독일, 체코, 일본 등에서는 IPA를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스타우트 & 포터와 함께 영어권 국가를 대표하는 맥주가 인디언 페일 에일(India Pale Ale)로, 새로운 맛과 향을 경험하길 원하거나 평소 필스너의 쓴맛에 별다른 자극을 못 느낀다 싶으시면,  미국이나 영국에서 꼭 마셔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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