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종류] 포터와 스타우트 맥주, 남자의 거친 맥주B

포터, 스타우트 = 흑맥주?


우리가 흔히 뭉뚱그려서 사용하는 용어인 '흑맥주' 에는 단순히 색상으로만 맥주를 표현하기엔 너무나 다양한 맥주 종류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독일식 흑색 라거 맥주인 둔켈(Dunkel)과 슈바르츠(Schwarz) 비어, 도펠 복(Doppel Bock) 등과 벨기에의 두블(Dubble), 영미식의 발리 와인(Barley Wine)등이 육안으로는 모두 검은색이지만, 색깔만 같을 뿐 전부 가지각색의 맛을 내며, 양조법 또한 다른 별개의 맥주들입니다.

그런 '흑맥주' 들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스타일이라면, 영국과 아일랜드식 에일맥주 '포터(Porter) & 스타우트(Stout)'라고 생각됩니다. 포터와 스타우트라는 이름은 아마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 포터는 짐꾼이란 의미가 있으며, 한국 용달차 이름으로 쓰이기도 했죠.

 

스타우트는 한국의 하이트 주류에서 생산하는 맥주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쉽게도 한국의 스타우트(Stout)는 명칭만 같을 뿐, 실제 영국식 스타우트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요.

 

 

포터(Porter)라는 맥주가 처음으로 판매되었다는 기록은 1730년경 런던으로, 산업시대로 점차 접어들던 시기의 일꾼들에게 사랑받던 맥주였다고 합니다.

 

'Porter'가 단어적 의미가 '짐꾼'인데, 런던의 템즈강변에서 짐을 나르는 일로 생계를 꾸려나가던 노동자들이 즐겼던데서 이름이 유래했습니다. 기원이 본래 하층민을 위한 값싼 맥주에서 시작된 것으로, Flann O'brien 이란 작가는 포터를 플레인 (Plain: 순수한, 평이한, 검소한)이라 부르며 적은 대목이 있습니다.

'When life looks black as the hour of the night, a pint of plain is your only man'

은유가 섞인 시의 뜻을 살피면, '삶이 고단한 밤의 한 때, 한 잔의 포터는 너의 유일한 친구'가 되겠는데, 18세기의 포터는 영국 노동자 계층을 대변하던 주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스타우트(Stout)는 포터와 혈족 관계에 있는 맥주로서, 맥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두 맥주가 같은 맥주인지 다른 맥주인지 시원하게 설명을 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약간 애매합니다.

 

Stout라는 용어는 'Stout Porter'에서 Porter 가 생략된 것으로, 강한 포터 맥주라는 의미로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18~19세기부터 쓰였다고 합니다. 제가 지금껏 보아온 스타우트와 포터를 구분하는 법에 관한 주장들을 나열하면,

1. 스타우트는 아일랜드(식), 포터는 영국(식)이다.
2. 포터는 옛 스타일의 맥주이며, 스타우트는 기술발전에 반응해 나온 신식 포터이다.
3. 스타우트가 좀 더 크림 감이 있는 맥주이며, 단 맛이 적다... 등이 있습니다.

1번은 반은 맞고 반은 무리가 있는 주장인데, 아일랜드에서는 포터(Porter)보다는 스타우트(Stout)란 용어가 더 많이 쓰이기는 하지만 영국에서는 포터와 함께 스타우트란 이름을 달은 맥주가 역시 생산되고 있으며, 특히 영국에서 러시아 왕정으로 수출하던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가 현재도 영국에서 양조되기에 꼭 스타우트가 아일랜드 기반이라고 하긴 어렵네요.

 

2번은 제가 정보를 참고하는 '마이클 잭슨 - beer' 란 책에서 나온 대목으로 일리가 있는 이야기지만, 그가 설명시 '몇몇의 과학자들이 생각하기를' 이란 서두가 이것이 진리는 아니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은 덧붙여,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과 아일랜드는 같은 나라였는데 전쟁으로 인해 곡물이 부족하자 영국 정부에서는 일반 맥주에 비해 곡물의 사용량이 높은 강한 맥주 포터 & 스타우트의 생산을 제한하였으나 법의 효력이 바다 건너 아일랜드에 까지는 닿지 않았고, 기회를 잘 포착한 기네스를 비롯한 아일랜드 포터, 스타우트 산업은 발전했지만 반면 영국의 산업은 그 후로부터 급속히 쇠락했다고 합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몇 년 뒤에 일어난  '아일랜드 독립'이 아일랜드(스타우트) - 영국(포터)의 이미지 분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는군요.  
 
개인적인 정리 의견으로는 맥주 자체, 만드는 과정에서는 아주 큰 차이가 없고, 스타우트가 포터의 센 버전으로 나온 것이라고는 하지만 현재는 둘 다 5% 수준의 대중성을 고려해 약해졌기에 맥주의 차이라기보다는 역사적, 지리적, 언어-문화적인 차이가 더 큰 것 같습니다.

 

 

포터(Porter)와 스타우트(Stout)는 맥주의 원료인 보리 맥아(Malt)를 볶고 그을려서 양조한 맥주이기에 색상이 검은색을 띱니다. 꼭 포터 & 스타우트에만 볶은 맥아를 쓰는 것은 아니며 독일식 둔켈(Dunkel)이나, 영미식 발리와인(Barley Wine)등에도 사용되는 것으로, 검은색상과 묵직하고 차분한 느낌을 선사해주죠.

포터와 스타우트는 일반적인 제품 이외의 특성과 재료 역사 등에 의해서 분류되는 종류가 몇몇 있습니다.

포터에는 발틱 포터(Baltic Porter)가 있고, 스타우트에는 드라이 스타우트, 임페리얼 스타우트, 오트밀(귀리) 스타우트, 밀크 스타우트, 초콜릿&커피 스타우트, 오이스터(굴) 스타우트 등이 존재합니다.

 

스타우트(Stout) 이야기를 하면서 '기네스(Guinness)'를 제외하고는 설명할 수가 없는데, 1759년 더블린에서 설립되어 스타우트란 맥주의 역사의 산증인이라 해도 무방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에게 스타우트란 맥주를 사람들에게 잘못 알렸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기업이라 해도 손색없는 기네스는 150년이란 세월 동안 스타우트 포터(Stout Porter)에 매진하여 그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정부의 포터&스타우트 양조 제한 규정, 미국의 금주법으로 인한 수출의 지장.


라거 맥주의 등장으로 밝고, 가벼운 맥주로 사람들의 맥주 소비성향이 변화하는 결정적 위기에도 기발한 마케팅과, 기술혁신(기네스 위젯, 기네스 써저)등으로, 라거 맥주가 점령한 맥주시장에서 스타우트로 세계에서 최고 중 하나로 꼽히는 기업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도 매우 동감하는 기네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변형된 스타우트를 만들어, 스타우트를 사람들에게 잘못 알렸다는 것입니다. 바로 질소로 인한 크리미 한 거품과, 부드러움으로 무장한 기네스의 가장 큰 기술혁신인 '기네스 위젯(병이나 캔 내의 작은 공)'을 보유한  '기네스 드래프트 (Guinness Draft)'의 영향력 때문이죠.

 

기네스의 간판인 '기네스 드래프트'는 세계 어디에 나가도 있는 맥주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며, 많은 팬 또한 보유한 맥주입니다.

 

그래서 다수의 사람들은 '드래프트'가 기네스의 오리지널이며 이것이 진짜 영국과 아일랜드식의 스타우트 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실은 기네스에는 '기네스 오리지널' 이란 제품이 존재하고 질소 대신 탄산, 기네스 위젯이 없는 제품입니다.

오리지널 이외의 포린 엑스트라 스타우트, 엑스트라 등의 7% 대의 맥주가 있으나 대중들에게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제품입니다. 역시 질소無, 위젯無입니다.

 

본래의 스타우트는 약한 탄산을 함유했고, 탄 맛과 함께 쓴 맛이 느껴지며 묵직하면서 진한 풍미를 간직한 맥주이지만, '기네스 드래프트' 같은 극단의 부드러움과 거품,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에 따른 밋밋함을 주는 맥주는 아닙니다.

영국과 미국, 아일랜드 등지의 양조장에서 나오는 스타우트들 중에서 '기네스 드래프트'처럼 스타우트를 양조하는 곳은 매우 드물며 모두들 약하던 강하든 간에 원래의 방식으로 스타우트를 생산합니다.


스타우트 편에 장황하게 '기네스 드래프트'에 관한 이야기를 서술하는 이유는 영국 체류 시절 기네스를 마시던 한국인 또는 외국인들 중에서 운이 나빠(?) 모르고 즐겨마시던 '드래프트'가 아닌 오리지널, (포린) 엑스트라를 먹고는 " 왁 이거 뭐지? 이거 이상한데, 내가 마시던 진짜 스타우트는 어디 있지?"라는 반응을 보이던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극히 제가 생각하기엔, 정보가 없어 진짜 스타우트를 마시고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상황이 더 운이 나빠 보였습니다. 개개인의 맛에 대한 기호는 강요할 수 없습니다. '기네스 드래프트'가 대중의 사랑을 받는 사실은, 기존 스타우트에 비해 사람들의 입맛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적어도 진짜 스타우트라는 맛에 관한 사람들의 곡해와 옛 방식을 존중하며 장인정신으로 맥주를 만드는 소규모 양조장의 스타우트들이 기네스 드래프트와 비교되어 평가절하 당하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하고자 스타우트(Stout) 편에서 '기네스'에 관한 이야기를 길게 다루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기네스 맥주' 안티가 아닙니다. 기네스 엑스트라 스타우트는 정말 좋아합니다. 만약, 기네스 내에서 진짜 스타우트를 원한다면 오리지널, 엑스트라 스타우트를 권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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