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의 분류 : 람비크(Lambic)

숨겨졌던 마지막 하나 - 람비크

맥주를 라거와 에일로 분류한다는 것은 지난번 블로그에서 다루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녀석이 하나 있다는 것도요.

바로 랑비크(람빅, Lambic)입니다.

 

맥주의 큰 분류

맥주는 크게 라거와 에일로 우선 지금까지 마셔본 밝은 색 맥주를 한번 떠올려 볼까요? 하이트, 카스, 라거, OB 프리미어 필스너, 하이네켄, 칭타오, 코로나 이 맥주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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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0 - [Beer theory] - 맥주의 큰 분류 : 두번째 이야기 (라거와 에일)

 

맥주의 큰 분류 : 두번째 이야기 (라거와 에일)

지난번에 이어 두 번째 블로깅입니다. 지난번에는 맥주가 크게 라거와 에일로 나뉜다고 했지요. 이번 블로깅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라거와 에일로 구분이 되는지, 왜 구분을 해야 하는지를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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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비크(람빅, Lambic)

보통은 영어식 발음으로 람빅이라고 많이 부르나, 저는 랑비크라고 적도록 하겠습니다. 벨기에 브뤼셀 지방에서 생산되는 맥주 스타일입니다. 랑비크라는 이름은 렘비크(Lembeek) 마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지금은 맥주를 양조할 때 에일 효모나 라거 효모를 일부러 집어넣는 과정이 있지만, 고대나 중세까지만 해도 효모가 맥주를 발효시킨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발효조를 열어두고 맥아즙이 발효되기를 기다려 발효시켰습니다. 다행히도 자연의 효모가 내려앉으면 발효가 되겠지만, 엉뚱한 세균에라도 감염이 되면 애써 담아둔 맥주 원액이 썩어버리기 일쑤였습니다. 또한, 지역마다 살고 있는 효모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재료로 맥주 원액을 담그더라도 지역마다 결과물은 사뭇 달랐습니다.

자연 발효(open fermentation)

이런 실패 확률이 높은 발효 방식을 뚜껑을 열고 자연스레 발효한다 하여 자연 발효(open fermentation)라고 부릅니다. 상면 발효(Ale), 하면 발효(Lager)와는 구분되는 발효 방식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브뤼셀 지역에서 맥주를 자연 발효로 담그면 맥주에서 신맛이 납니다. 처음에는 그 이유를 몰랐으나 나중에야 이 지역에 사는 효모가 신맛을 내는 효모라는 것이 밝혀지고, 미생물학이 발달함에 따라 이 효모를 인공적으로 배양하여 사용하게 됩니다. 또한, 이 효모의 이름을 브렛(Brett) 효모라고 짓습니다. (물론 실제 이름은 더 길지만 브렛이라고 줄여서 부릅니다.)

 

효모가 발견되었으니 이제 브뤼셀 근처가 아니라고 해도 시큼한 랑비크를 양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실패 확률이 높은 자연 발효를 굳이 하지 않아도 됩니다. 에일이나 라거처럼 효모를 접종하고 닫아두고 발효하게 됩니다. 물론 자연 발효를 고수하는 양조장이 있긴 하지만 현재는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랑비크의 종류

랑비크는 분류 명칭이고 그 아래에 스타일도 존재합니다. 물론 이 부분은 에일이나 라거와는 다릅니다. 에일이나 라거는 보통 맥아를 달리하거나, 홉을 달리하여 여러 가지 개성 있는 스타일을 만듭니다. 하지만, 랑비크는 랑비크 원액을 가지고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블렌딩) 스타일을 만듭니다.

언블렌디드 랑비크(unblended lambic)

랑비크 원액입니다. 랑비크 원액은 사실 식초같이 신 맛이 납니다. 원액 그대로 먹는 것은 고문에 가깝습니다. 물론 이런 신 맥주를 좋아하는 마니아도 있습니다만, 일반적인 취향은 아닙니다. 랑비크는 양조 후 보통 떡갈나무 통에 양주처럼 2~3년간 숙성합니다.

 

이렇게 숙성할수록 식초처럼 신 맛이 강해집니다. 이러한 숙성된 원액을 Oude Lambic(Old Lambic, 오드 랑비크)라고 부릅니다. 이 식초를 병에 담아 팔기도 하는데 이런 스타일을 언블렌디드 랑비크라고 합니다. 아무것도 타지 않은 순수한 원액이라 가격도 비싸고, 수요도 별로 없어 국내에 수입이 잘 되지는 않습니다.

괴즈(Gueuze)

식초 맛 올드 비어에 1년 정도 숙성한 영 랑비크(Young Lambic)를 섞은 제품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조금 대중화되었습니다. 국내에서도 괴즈는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만, 맛은 역시나 덜 신 식초입니다. 올드 람빅을 좀 많이 넣은 제품은 Oude Gueuze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Faro와 Fruit Lambic

랑비크 맥주를 좀 더 대중화시키기 위해 벨기에 사람들은 설탕이나 과일을 첨가해 한번 더 숙성합니다. 탄산이 있는 달콤한 과일향의 술? 뭔가 연상되지 않나요? 바로 샴페인입니다. 파로와 후르츠 랑비크는 대부분 삼페인과 비슷한 맛이 납니다. 복숭아맛 맥주, 딸기맛 맥주, 포도맛 맥주가 바로 이 랑비크 입니다.

라즈베리 Framboise(프람부아)
사과 Pomme(폼)
블랙커런트 Cassis(카시스)
복숭아 pêche(뻬슈)
포도 druif(드뤼프)
딸기 aardbei(아드베이)
바나나 banane(바나너)
파인애플 ananas(아나나스)
살구 abricotier(아브리코치)
자두 prunier(프루니)
레몬 citron(시트롱)
블루베리 bleuet(블루엣)

Faro(파로)

괴즈에 설탕(Faro)을 넣었습니다. 그럭저럭 마실만 합니다.

Kriek(크릭)

괴즈에 체리를 넣었습니다.

pêches(뻬슈)

괴즈에 복숭아를 넣었습니다. 추천합니다. 호로요이보다 낫습니다.

 

CASSIS(블랙 커런트)

괴즈에 블랙 커런트를 넣었습니다. 복분자 맛입니다.

랑비크 맥주는 샴페인 같은 맥주다.

그냥 이전 내용을 모두 잊으시고 랑비크 맥주는 샴페인 같은 맥주다.라는 것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후르츠 랑비크는 대부분 3.5도의 저도수 맥주라 가볍게 마시기에 좋습니다. 괴즈 이상은 마니아가 먹도록 나둡시다. 샴페인이 필요한 순간 랑비크를 준비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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