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의 바디감
어떤 맥주를 시음하고 평가한다는 것은 매우 주관적인 영역이라 봅니다. 같은 맛이라고 하더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선호가 다르고, 강도도 다릅니다. 또한 시음자가 고르는 단어 선택들도 결국은 시음자가 갖고 있는 경험의 기억 내에서 선택되고 표현되는 것이죠. 따라서 맛에 대해 느끼는 모든 것들은 옳고, 그름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관적이라고 해서 모든 형식에서 자유로울 순 없습니다. 기본적인 용어의 개념이나 표현 방식 등은 알고 넘어가는 게 좀 더 즐거운 맥주 Life를 위해 도움이 될 것 같아 테이스팅 용어 중 바디(Body)에 대해 함께 알아볼까 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봤을 단어 바디(Body). 입 밖으로 내뱉게 되면 상대방으로 하여금 가장 쉽게 전문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마력의 단어 바디. 때문에 맥주와 관련된 블로그에 들어가 보면 너도 나도 '바디 바디 바디 바디' 이야기를 합니다. 바디감이 묵직해서 아주 좋았다던지, 바디감이 가벼워서 마시기 편했다던지.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테이스팅 용어이기도 하지만 가장 많이 잘못 사용되고 있는 용어인 바디. 이 놈의 정체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맥주를 마시며 평론을 하고 이에 대해 토론하는 문화가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바디라는 용어는 주로 와인 쪽에서 접하게 됩니다. 와인 전문가이자 음악평론가인 강헌 씨는 바디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나는 바디를 설명할 때 일본의 미소 된장국과 우리나라의 청국장을 이용하여 설명하곤 합니다. 둘 다 된장이라는 재료로 만든 국이지만 일본의 미소 된장국은 연하고 쉽게 풀어집니다. 입 안에서 가볍게 흩어집니다. 반면 우리의 청국장은 진하고 걸쭉하죠. 입 안에서 착착 감겨 들어갑니다. 일본의 미소 된장국은 라이트 바디이며, 우리나라의 청국장은 풀 바디인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표현은 "쉽게 풀어집니다.", "가볍게 흩어집니다.", "걸쭉합니다." 등입니다. 모두 해당 음식의 '맛'에 대한 표현이 아니라 해당 음식이 가지고 있는 '물리적인 속성'에 대한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바디에 대해 설명하는 아주 유명한 예가 또 있군요. 바로 물, 우유, 죽의 비교입니다. 물을 입에 머금었을 때보다 우유를 입에 머금었을 때 더욱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혀와 입안 전체로 느껴지는 액체의 질감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유보다는 쌀죽을 입에 머금었을 때 무게감은 더욱 증가합니다. 훨씬 걸쭉하다는 말이죠. 순서대로 라이트 바디 - 미디엄 바디 - 풀 바디입니다.
너무 당연한 말 아니냐? 하시는 분도 있을 테지만 이 정도의 기본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시리즈로 작성할 예정입니다.
함께 읽어보면 좋을 글
'Beer the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맥주 맛 중 spicy 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0) | 2021.11.22 |
---|---|
맥주 맛에서 말하는 균형(Balance)란 무엇일까 (1) | 2021.10.23 |
노블 홉(Noble hop variety)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0) | 2021.10.12 |
영국이 낳고 미국이 키워낸 임페리얼 맥주 시리즈 (0) | 2021.10.04 |
흔히 말하는 생맥주는 뭘 생맥주라고 하는걸까? (0) | 2021.09.25 |